회고

[회고] 불합리한 마감 기한이 불러오는 재앙에 대하여

노사수 2024. 1. 31. 23:51

어디서부터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우연찮은 비즈니스 기회가 굉장히 많은 상황이다. 속된 말로 줘도 못 먹는 상황까지 온 것 같다. 도메인에서 유니크한 사업 아이템을 남들보다 빠르게 캐치하여 영위해 나간 점이 유효했던 것 같다.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는데 주는 대로 받아먹다 보니 급체가 온 상황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물론 또 반복하겠지만), 또 이 경험을 누군가에게 간접경험이 될 수 있도록 회고를 진행하고자 한다.

 

직원들의 사기저하

우선 업무적이든 업무 외적이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합리한 지시를 받았을 때 과연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발휘될 수 있을까? 나는 평소와 같이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몸을 갈아 넣어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가 주어진다면 동기부여가 될까? 불합리한 마감 기한이 주는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의 사기저하, 퇴사욕구 등의 불만이 쌓인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사기는 기업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사기가 떨어진 군대가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사기가 저하된 스포츠 선수가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사기가 높으면 능률이 오르고 반대로 사기가 낮으면 될 일도 안된다. 업무 지시자에 대한 불만도 쌓이게 되어 결국 팀워크도 망치게 된다.

A woman sitting on a bench, looking thoughtful while using a laptop and holding a coffee cup.

 

팀 이기주의 발생

불합리한 마감기한이 불러오는 또 다른 문제는 팀 이기주의 즉, 사일로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애초에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기한이 주어졌고 번복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모든 직원이 이 프로젝트는 기한 내 달성되지 못할 하나의 폭탄으로 취급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결국 실패는 100%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구의 탓으로 돌아갈지 계산기를 두들기는 것이다. 그에 따라 협업이 핵심인 제품팀의 팀워크에 균열이 가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둥 여러 문제점이 발생되는 것을 목격했다. "팀 태스크만 잘 처리하면 되지 뭐."라는 둥 "나만 아니면 돼."라는 둥 팀, 개인 이기주의가 발생하여 가뜩이나 저하된 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야 만다.

A group of people stranded on an island with a sign that reads 'Beware of Organizational Selfishness,' showing them in conflict and blame.

 

제품 퀄리티 저하

결국 기능 구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획대로, 디자인대로 개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넘기고 보자 주의로 개발하게 된다. 개발할 때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다면 개발과 기능 테스트를 병행할 수 있지만 기한이 말도 안 되게 타이트할 경우 선 구현 후 QA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모든 버그가 픽스되고 정상적인 제품으로 릴리즈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여유롭게 개발했을 때보다 작업 기간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지 않는다. 

제품완성도

 

시니컬한 태도

일단 스트레스에 놓인 직원들의 태도가 썩 긍정적이고 열린 자세이기도 힘들다. 일단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내 작업에 영향이 조금이라도 가는 의사결정이 나온다면 굉장히 시니컬한 태도로 돌변한다. 직원 간 마음이 상할 수 있으며 이는 팀워크 저하로 직결된다. 여유가 없을 때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여유가 있을 땐 누구나 좋은 사람 코스프레 할 수 있다. 압박감이 그 가면을 벗겨낸다. 이런 면들이 아쉽게 다가온다.

시니컬한태도

 

결국 터지는 폭탄

아직 오지 않은 결말이다. 어떻게 될지 걱정되는 시기는 지났다. 결말은 다가오고 뚜껑은 곧 열린다. 직원들은 여전히 반 태업 분위기다. 누가 책임질까? 어떤 결과가 나를 기다릴까? 만약 정말 실패한다면 이 실패를 딛고 재도약할 수 있을까? 의사결정권자들은 이 실패를 통해 배우게 될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결국 뚜껑은 열려봐야 안다.


닭 목아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결과만을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