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한 지 3년을 꽉 채운 2023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2024년을 맞이하고자 한다.
성취한 일들
- 기획자로서의 갖춰야 할 mind set과 skill set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업무적으로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스킬도 있었지만 업무서적, 개발서, 강의 등의 개인시간을 활용한 업무 능력 향상에 시간을 쏟았다. 여러 가지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 칸반보드와 각종 템플릿을 만들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운영 매니저로 근무할 당시에는 주어진 to-do list를 루틴화 시켜 혼자 잘하면 그만이었지만 제품 개발은 그렇지 않다. 여러 직무가 잘 어우러져 하나의 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체계가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가 만든 프로세스에 점점 확신이 들고 있다.
어려웠던 점
- 머리가 좀 커진 까닭인지 피드백에 대해 반감이 많이 생겨버렸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 때 여과 없이 수용하던 그때가 더 편할지도 모른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설득하는 과정도 어렵고,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이해되지 않을 때 의사결정이 더뎌지는 현상을 많이 겪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북극성 지표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림의 떡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바라는 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성공이 눈앞에 아른아른거릴 때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 그러지 못한 모습이 많이 보였고 그걸 무시하지 못하고 마음에만 담아두다가 결국에는 의지가 꺾이는 일이 벌어졌다. 직원들이 어떨 때 오너십을 갖고, 어떨 때 의지가 꺾이는지 확실히 배울 수 있는 한 해였다. 작은 목표가 주어지고 그것을 실천할 때, 그리고 나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수용될 때(물론 좋지 않은 의견까지 반영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오너십이 생긴다. 어떤 글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오너십은 결과다."
- 리더가 바쁘면 병목현상이 생긴다. 인볼브 된 업무는 많은데 몸은 하나니 결국 의사결정이 늦어진다. 늦어진 의사결정은 실무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킨다. 위에 적은 내용과 이어지는데, 결국 사람 하나가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없을 땐 권한을 일부 공유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느꼈다.
피드백
- 공통 컴포넌트에 대한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기획자가 아닌 디자이너의 역할이 크지만 기획자가 아닌 PM으로서 개발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디자이너에게 관련 업무를 (물론 시간이 허락된다면)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느꼈다.
- 기획서의 버전 관리를 요청받았다. 기존까지는 기획서를 디자이너에게 넘긴 후 업데이트 사항은 가이드(최종화면설계서)에만 적용했다. 이 경우 디자이너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가이드화면이 아닌 기획화면에서 수정 후 버전관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하지만 잘 적용되지 않았는데 기획자가 다수고 프로세스를 변경하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 같다.
- 시스템적 사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개발자와 소통하기 위해, 혹은 더욱 로지컬 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또한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떠한 사고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리더들을 봤을 땐 공통적으로 일에 미쳐있었다. 나는 아직 미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또한 제품팀에 기획 팀장이란 포지션이 과연 필요할지 의문이 들었다. PM으로서 각 파트를 잘 어우르는 사람이 되면 그만이다.
- 이상적인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잘 나가는 회사도 나름의 허점이 있고 구성원 중엔 악덕 상사도 있고 말 안 듣는 후배도 있다. 조직이, 동료가, 수익모델이 완벽한 그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잘 처리해 낼 수 있을지에 집중한다면 회사생활에 대한 큰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마인드셋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해였던 것 같다.
2024년 포부
- 주어진 큼지막한 프로젝트가 서너 개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처리하고, 프로젝트가 잘 되는 방향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내가 큰 에너지를 쓰지 않는 선에서.
- soft Skill은 충분하다. 적어도 조직 내에서는 그렇다고 느낀다. 오히려 나만의 장점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타고난 것 같다. hard skill도 업무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업무 툴도 잘 다루고 주어진 업무를 시한 내 처리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다만 내가 시장에서 더욱 가치 있는 매물이 되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 스킬업을 좀 더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발분야에 대한 지식을 주기적으로 쌓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효율적으로 기획하는 방법,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편하게 업무 할 수 있는 기획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감사의 마음
우선 부족한 기획자의 기획서를 토대로 좋은 아웃풋을 내준 동료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속으론 많이 답답했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역할을 수행해 준 것 같다. 조금만 더 견디면 분명히 올해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